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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몽저몽

글쓰기란 무엇일까

 




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현대의 문물과 사랑에 빠진 나에게 글이란 '쓴다' 라기보단 '입력하다' 라고 하는 쪽이 더욱 정확할까나. 나의 머리 속에 들어있는 생각들이 구름처럼 뭉게뭉게 떠나다니다, 점차 무거워져 한계를 다달았을 때, 키보드라는 땅에 따닥따닥 손가락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하늘은 무의식의 영역이고, 땅은 현실 세계이다. 하늘은 그리 넓음에도 어째서 생각이란 뭉칠만한 곳이 생기면 그곳으로 하염없이 집중될까. 땅에서 올려다 보는 나로써는 그것이 반가울 때도 있고, 골치 아플 때도 있다. 이곳이 건조할 때에는 하늘에 자욱하게 낀 구름들이 나를 감싸지만, 어디선가 몰려온 물 때에 젖어있을 때에는, 지금만큼은 하늘은 하염없이 맑게 개었으면 좋겠다고 느낀다.


 나에게 생각이란 무의식이라 불리우는 하나의 자의식이고, 의식적인 나와 별계로 행동하는 친구이다. 그 친구는 내성적인 친구라 평소에는 나에게만 조용히 말을 걸지만, 가끔은 나 이외의 사람에게도 자신을 표출하고 싶어한다. 글쓰기란 그러한 면에서 무의식의 나와 의식의 나, 이 둘이 함께 작업하는 공동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글을 쓸 때엔 몽롱한 느낌이 나를 지배한다. 글자들이 적혀있는 흰색 바탕에 화면은 글자들의 연속이 아닌 하나의 그림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흰색의 밝은 빛은 나의 눈을 계속 때리지만 그것은 글을 쓰는 동안의 내가 유일하게 느끼고 있는 감각이다. 간단히 말해서 술에 취한듯한 기분. 


 그렇게 의식은 자리를 비워 나의 컨트롤러를 무의식에게 넘겨준다. 그렇다고 완전히 자리를 비우지는 않는다. 무의식은 세세한 부분을 신경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컨트롤러 바로 옆에 남아 감독관처럼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결과들을 관찰하고 검토한다. 이렇게 나에서 작가라고 할만한 친구는 무의식이고, 의식은 편집자 같은 느낌이다. 아쉽지만 의식은 그다지 유능한 창작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더이상 창작을 무의식에게만 맡길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엇을 만들든 나라는 개성이 녹아있다면, 그것은 하나의 창작 행위 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엔 두가지 창작품이 있다. 나만 즐길 수 있는 것과, 아닌 것. 나는 내가 만든 모든 작품을 사랑한다. 그것들이 '작품'이란 카테고리로 들어갈 자격조차 없다해도 나는 그것들을 하나의 '작품'이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그것들을 작품이라고 불러주는 것이 오직 나뿐이라면 너무 슬프지 않은가. 나는 인연과 유대없이 살 수 있을 만큼 강한 사람이 못된다. 그렇기에 내 작품들에게 세상과의 유대를 선물하고 싶다. 글을 나 의외엔 관심조차 가질 필요가 없는 순간적인 사고의 흔적으로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것이 세상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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